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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곡리 送舊迎新 구들장 포럼
기사입력: 2022/01/05 [06:18] 동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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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석풍[木花石風]

▲ 작가가 보내준 사진 시클라멘  © 동네정치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 달랠길 없어 그 끝자락에 숙곡리로 모였다 사랑방은 지나간 시간도 현재의 시간도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기막힌 공간이다 매섭게 추운 겨울에 군불로 달궈진 구들방이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영하의 날씨가 더욱 차갑다 앞마당 중앙에 피워진 모닥불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하얀 연기로 날려 보낸다 마당에서 숯불 피워 삽겹살 구워먹을 계획은 맹렬한 한기에 밀려 구들방과 타협을 한다

 

오후 4시경 1진이 도착한다 유해옥 여사, 주인장이 좋아한다며 사과 1box를 들고 오시고 박영호 작가 해군시절 함상 주방장(?)으로 생선요리 갈고 닦은 실력 보여준다며 광어 매운탕거리 양 손 무겁게 들고 온다 당초 먹기로 한 삽겹살에 광어 매운탕 추가요ㅎㅎ 이래저래 먹는 사람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2진으로 첫 직장 동기 박한선과 윤 교수님, 양창운 형 들어오신다 양창운 형의 양 손에 시선이 간다 도시적 외모에 걸맞게 샴페인 병이 들려있다 곧이어 오늘 우리가 메인으로 먹을 귀한 삽겹살이 전문가의 손에 들려 온다 참 감사하다 모닥불가에 모여든 얘기가 정겹다 악수보다 더 긴밀해지는 어깨붙임이 아닌가

 

바베큐 그릴에 숯불을 피우고 야간대비 조명을 켠다 숯불은 피웠으나 아궁이 앞이 고기 굽는 장소로 부적합하다고 대형 갈비집 사장 노하우 박종세 형 장소이전을 촉구한다 바베큐 그릴을 앞마당 모닥불가로 옮겨 자리를 잡고 고기도 제대로 굽기 시작한다 사랑방 테이블 셋팅은 유여사께서 하신다 매번 일찍 오셔서 궂은일 마다않고 도와주심 감사드린다

 

테이블에 매운탕이 끓고 있고 구운 삽겹살 접시가 마당에서 방으로 연신 배달되며 자리를 잡는다 소주, 맥주, 음료수 다양한 주종이 취향에 맞게 채워진다 구들장 포럼 임인년 칠순 최연장자 양창운 형이 건강을 강조하시며 건배잔을 들어 건배를 한다

 

건강을 위하여! 맞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다 맛있는 음식 잘 먹고 건강한 것이 천하에 제일인 것은 연세 드신 분들이 잘 아신다

 

초청된 빈자리가 채워져 간다 박중언이 8년 숙성된 귀한 포도주(참고로 김정희 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포도주로 무언의 압력(?)이 작용한 선물)를 들고 입장한다 김문모가 포승에서 해를 넘기기 전 모두의 얼굴을 보겠다며 rpm 3000을 밟고 달려와 들어온다 이어 권민성이 굽네치킨에서 치킨을 배달해 옴으로 테이블에 (삼겹살), (광어), ()이 모두 올라 묵은 해를 보내는 수라상(우리 모두 올해의 king)이 완성된다

 

재차 잔을 들어 올리며 신축년이 무탈하게 마무리됨에 감사하는 건배를 한다 오늘 송구영신의 자리는 윤명구 교수님이 계셔 가능한 자리임을 누구나 잘 안다 넉넉한 이해심으로 감싸안는 분이시기에 가능한 모임이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이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분들이 마지막에 들어오신다 정인옥유명란 부부 입장이다 엊그제 회갑 유명란 여사가 박수를 받는다 교수님께서 특별한 꽃(3년 보관 가능)을 선물로 건넨다

 

성원을 채워 양창운 형이 샴페인을 터트린다 종이컵에 따라주는 샴페인이 사랑방에 어울린다 모두 의미있는 한 해로 기억되리라 특별히 봉담읍 덕리 토지주로 이름을 올리신 여사님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몇 순배 잔이 공중에서 쨍그랑거리며 교수님 사회로 분위기를 `미스터트롯` 열기로 띄워 간다 한 분 한 분 호명돼 신축년 수레바퀴를 꼭지점으로 끌어간다

 

오늘 이상한 놈이라 명명된 권민성이 노래방(스마트폰) 도우미로 나선다 첫 번째 싱어는 K팝스타 정인옥이 용두산아를 길게 뽑는다 모두 물개박수로 환호한다 두 번째 김문모 님은 먼곳에분위기 탓인지 술에 취한 것인지 제 실력을 발휘 못해 아쉽다

 

그렇게 노랫소리가 사랑방을 넘어 우주로 울려퍼진다 세 번째 숙곡리 잉꼬부부 사랑이여를 부른다 사랑은 식지 않았는데 노래가 분위기를 식혀버린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박영호가 필요하다 안동역으로 박수를 유도하고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로 고령자(?)들을 위로한다 분위기가 다시 살자 사회자인 교수님이 곧바로 직접 작사작곡한 겨울밤을 불러 주신다 오늘 같은 밤과 일치되는 묘한 울림이 좋다

 

양창운 형은 특별한 분이다 오늘 들고 나온 곡은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다 서울 동네 후배인 김현식과 4년 한 집에서 동고동락한 우정이 있어 노래가 더 김현식을 그립게 한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이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그 음성이 레가토로 이어져야 하는데 스타카토로 끊어진다 얼마나 보고 싶은 우정인가 구들장 포럼 식구들도 모두 그런 우정으로 오래오래 함께 합시다

 

양창운 형이 신축년 자정을 3시간 앞당겨 밤 9시로 정한다고 한다 모두 동의하고 마지막 잔을 든다 권민성 도우미가 석별의 정을 끝곡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금슬부부가 가져온 귤을 까먹으며 교수님께서 모두에게 주실 선물로 시클라멘(꽃말: 수줍음)을 각자에게 건넨다 박종세 형이 화분 두개 받고 하나는 삽겹살값이라며 즐거워하시니 교수님께서 어깨를 감싸 안으신다 김문모는 몇 차례 교수님을 포옹하며 그간 못 만난 그리움을 술기운을 빌려 표현한다(결국 시클라멘은 놓고 갔음) 정인옥 형 두 개를 안고 하나는 내꺼 하나는 내일 아침 군산에서 만날 선자꺼 하며 자줏빛 꽃을 즐거워 한다 그렇게 건네진 꽃으로 신축년의 송구가 간다

 

그리고 곧바로 영신이가 따라오니 우리는 아쉽지만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들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더 밝고 행복하게 만납시다 그리고 이 우정이 더 빛나기를 함께 기원합시다

▲ 글쓴이 목화석풍[木花石風]은 향토시인으로 2020년 늦여름이던가 금주 선언 후 현재를 살고 있으나 한때는 경악(?)할 정도의 말술 애주가였다. 잠시나마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연으로 당시 반복하던 주사(酒邪)라고 해야 하나? 취기를 빌려 얼큰하게 쏴주던 애송시가 있었으니 김소월의 ‘산유화’였다. 이 섹션은 그런 그가 들려주는 일상의 산유화 버전 ‘자소서’다. 주제/소재 가리지 않고, 장르 구분 없이 장강을 이루는 연작에 쫑긋 눈ㆍ귀를 세운다   ©동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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